인테리어 견적서란 공사에 들어가는 자재와 인력, 부대 비용을 공정별로 나누어 수량과 금액으로 적은 문서를 말한다. 계약 전 단계에서 이 문서가 하는 일은 두 가지다. 공사의 범위를 확정하는 일, 그리고 그 범위에 값을 매기는 일. 그래서 견적서를 읽는 일은 숫자를 확인하는 일이라기보다, 이 업체가 우리 집의 공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에 가깝다. 잘 쓰인 견적서는 그 자체로 공사의 설계도이고, 허술한 견적서는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도착한 경고다.

견적서의 뼈대, 공정별 항목 구조

아파트 인테리어 견적서는 대체로 공정의 순서를 따라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철거와 폐기물 처리에서 시작해 설비·전기 같은 기반 공사를 지나, 목공과 타일, 도장과 필름, 도배와 마루 같은 마감 공사로 이어지고, 주방가구와 붙박이장, 조명, 입주청소로 끝난다. 항목의 이름은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 흐름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서, 순서가 눈에 익으면 어느 견적서든 같은 지도를 놓고 읽을 수 있다.

각 항목 안을 들여다보면 구조는 다시 셋으로 나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가 포함인지 별도인지, 폐기물 처리와 입주청소가 견적 안에 있는지를 확인하면 총액의 실제 의미가 드러난다. 같은 총액이라도 이 경계선이 어디에 그어져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숫자가 된다.

하나 더 살필 것은 견적의 근거다. 도면과 사진만 보고 낸 견적과, 현장을 실측하고 낸 견적은 무게가 다르다. 실측 전의 견적은 어디까지나 잠정치이므로, 실측 후 금액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전제가 문서에 적혀 있는지 확인해 두면 이후의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업체 간 비교, 같은 조건으로 나란히 놓기

여러 업체의 견적을 비교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총액만 나란히 놓는 것이다. 총액은 범위가 같을 때만 의미가 있다. 한쪽 견적에는 새시 교체가 들어 있고 다른 쪽에는 빠져 있다면, 두 숫자는 애초에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비교의 목적은 가장 싼 업체를 찾는 것이 아니라, 각 업체가 같은 공사를 어떻게 다르게 해석했는지 읽는 것이다. 견적서의 행간에는 그 업체가 일하는 방식이 담겨 있다. 항목이 촘촘한 견적서를 보낸 곳은 대개 현장에서도 촘촘하게 움직인다.

주의해서 읽어야 할 신호들

견적서에는 공사의 품질을 미리 보여주는 신호들이 있다. 다음의 경우라면 계약 전에 한 번 더 묻는 것이 좋다.

좋은 견적서는 질문보다 먼저 답한다.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빠졌는지, 읽는 사람이 묻기 전에 문서가 먼저 말하고 있어야 한다.

견적 이후, 계약과 변경의 기록

견적서가 확정되면 그 내용은 계약서로 옮겨져야 한다. 견적서와 계약서의 공사 범위가 일치하는지, 지급 일정이 공정의 진행과 맞물려 있는지 확인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포하는 실내건축 공사 표준계약서는 하자보수와 지연 배상 같은 조항을 담고 있어 기준으로 삼기에 좋다.

공사 중의 변경도 같은 원칙을 따른다. 현장에서 자재를 바꾸거나 범위를 더하게 되면, 변경 견적을 문서로 받아 확인한 뒤 진행하는 것이 서로를 지킨다. 구축 아파트에는 벽을 열어봐야 아는 변수 — 배관의 상태, 단열의 수준 — 가 있어 어느 정도의 변경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기록되지 않은 변경은 준공 후 분쟁의 씨앗이 된다.

인테리어스가 첫 미팅에서 도면보다 먼저 견적서의 목차를 보여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사의 신뢰는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숫자가 놓인 자리의 투명함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