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WiZ 스마트조명은 별도의 허브 없이 집 안의 와이파이 공유기에 직접 연결해 앱과 음성으로 밝기·색온도·색을 조절하는 조명 시스템을 말한다. 필립스 휴를 만드는 시그니파이의 또 다른 라인업으로, 브리지를 중심에 두는 휴와 달리 전구와 등기구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시작이 가볍고, 인테리어 공사와 함께 계획하면 배선과 스위치까지 정돈된 형태로 마무리할 수 있다. 스마트조명을 가전의 영역이 아니라 조명 계획의 일부로 다루는 것, 이 글의 관점은 거기에 있다.
허브 없는 구성이 바꾸는 것
WiZ 제품은 2.4GHz 와이파이에 직접 붙는다. 브리지를 구입해 공유기에 유선으로 연결하는 절차가 없고, 전구를 끼우고 앱에서 등록하면 설정이 끝난다. 구글 홈, 아마존 알렉사 같은 음성 비서와 연동되며, 매터(Matter) 표준을 지원하는 제품군도 늘고 있어 다른 브랜드 기기와 묶어 쓰는 일도 수월해지고 있다.
라인업은 소켓에 끼우는 전구형부터 스트립형 라인 조명, 자리를 옮겨 쓰는 이동식 무드등, 노출 소켓에 어울리는 필라멘트 전구까지 이어진다. 매입된 간접조명의 낮은 빛과 식탁 위 펜던트의 점광원을 하나의 앱 안에서 같은 문법으로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다.
- 장점 — 허브 구입 비용이 없고, 전구 한두 개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늘릴 수 있다. 앱 하나로 조도와 색온도, 색상, 스케줄까지 관리된다.
- 유의점 — 조명 수만큼 와이파이 접속 기기가 늘어난다. 대수가 많아지면 공유기의 동시 접속 성능과 커버리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 제어 방식 — 앱과 음성 외에 무선 리모컨, 그리고 벽 스위치를 짧게 껐다 켜서 미리 지정한 두 가지 모드를 오가는 위즈클릭(WiZclick) 기능이 있다.
시공 단계의 배선·스위치 계획
스마트 전구의 전제는 상시 전원이다. 벽 스위치를 내리면 전구는 네트워크에서 사라지고, 앱도 음성 명령도 닿지 않는다. 그래서 공사 단계에서 먼저 정해야 할 것은 등기구의 디자인이 아니라 스위치의 역할이다.
- 스마트 전구를 쓸 회로는 스위치를 항상 켠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계획한다. 손이 자주 가지 않는 위치로 스위치를 옮기거나, 오조작을 막는 커버를 두는 방법도 있다.
- 국내 아파트의 스위치 박스에는 중성선이 없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 스위치 방식은 이 지점에서 벽체 공사가 커질 수 있지만, 전구 자체가 통신하는 WiZ 방식은 기존 배선을 그대로 쓴다.
- 우물천장이나 커튼박스에 간접조명을 넣는다면 매입부에 상시 전원 라인 또는 콘센트를 미리 빼둔다. 스트립형 제품은 전원 어댑터가 들어갈 자리가 필요하다.
- 공유기 위치와 메시 와이파이 구성 여부를 도면 단계에서 확인한다. 콘크리트 벽이 많은 아파트에서는 안쪽 방 조명의 신호가 약해지는 일이 드물지 않다.
조명 계획의 절반은 전기 도면에서 결정된다. 마감 후에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는 일이 먼저다.
설치에서 일상까지, 설정의 순서
공사가 끝난 뒤의 과정은 단순한 편이다. 전구를 소켓에 끼우고 벽 스위치를 켠 뒤, 앱에서 새 기기를 추가하고 공간의 이름을 붙인다. 등록된 조명은 방 단위로 묶여 한 번의 조작으로 함께 움직인다. 이후의 일상을 결정하는 것은 처음의 설정이다.
- 장면 — 밝기와 색온도의 조합을 저장해두고 불러온다. 아침, 식사, 영화, 취침처럼 생활의 장면 수만큼 만들어둘 수 있다.
- 스케줄 — 시간대에 맞춰 조명이 스스로 바뀌도록 예약한다. 기상 시간에 맞춰 서서히 밝아지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 리듬 — 하루의 흐름을 따라 색온도와 밝기가 이어지듯 변하는 기능. 낮에는 또렷하게, 저녁에는 낮고 따뜻하게 넘어간다.
- 부재중 모드 — 집을 비운 동안 조명을 불규칙하게 켜고 꺼서 생활의 흔적을 남긴다.
설정은 처음 한 번이면 대체로 충분하다. 잘 짜인 스케줄과 장면은 이후의 손길을 오히려 줄여준다. 스위치를 누르는 횟수가 줄어드는 만큼, 빛은 배경으로 물러난다.
공간별 추천 구성
거실
메인 조명은 색온도 조절이 되는 제품으로 두고, 우물천장과 커튼박스의 간접조명을 스트립으로 구성한다. 낮에는 주광색으로 또렷하게, 저녁에는 전구색으로 낮게 가라앉히는 두 개의 장면을 오가는 구성이다.
침실
기상과 취침 루틴에 맞춰 서서히 밝아지고 어두워지는 스케줄 기능이 가장 유효한 공간이다. 천장등은 낮은 조도까지 떨어지는 제품으로 고르고, 협탁에는 이동식 무드등을 더해 빛의 층을 만든다.
주방·다이닝
식탁 펜던트에는 전구형을, 조리대에는 색 변화보다 일정한 백색광을 유지하는 구성이 실용적이다. 식사 장면과 조리 장면을 각각 저장해두면 매번 손댈 일이 줄어든다.
서재·아이방
집중이 필요한 시간대는 주광색으로, 저녁에는 따뜻한 톤으로 자동 전환되도록 스케줄을 걸어두는 방식이 맞다. WiZ 조명이 두 개 이상 있는 공간이라면 별도 센서 없이 움직임을 감지하는 스페이스센스 기능도 시도해볼 만하다.
현관·복도
머무는 시간이 짧은 공간일수록 자동화의 효과가 또렷하다. 저녁 시간대에만 낮은 밝기로 켜두는 스케줄을 걸어두면 밤의 이동이 편안해지고, 새벽의 눈부심도 줄어든다. 다운라이트가 여러 개 배치된 복도라면 움직임에 반응하는 구성까지 넓혀볼 수 있다.
비용과 선택의 기준
WiZ는 허브를 두는 시스템에 비해 초기 비용이 낮은 편이다. 다만 총비용은 조명 개수, 기존 등기구의 교체 여부, 간접조명 신설에 따르는 목공·전기 공사의 범위, 네트워크 보강 여부에 따라 폭이 크게 달라진다. 제품 가격 역시 판매처와 시기에 따라 움직이므로, 견적은 조명 계획이 도면 위에서 확정된 뒤에 따져보는 편이 정확하다.
전체 공사가 아니어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시스템의 미덕이다. 전구 한두 개로 거실의 저녁을 먼저 바꿔보고, 공사 시점에 배선과 스위치를 정리하는 순서도 자연스럽다. 인테리어스는 조명 계획을 마감재보다 앞선 단계, 전기 도면에서부터 함께 검토한다.
